[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519): 섞박지
‘섞박지’라는 김치를 아시나요?
(1) 섞박지: 배추와 무ㆍ오이를 절여 넓적하게 썬 다음, 여러 가지 고명에 젓국을 쳐서 한데 버무려 담은 뒤 조기젓 국물을 약간 부어서 익힌 김치
‘섞박지’는 무와 배추를 섞어 만든 김치라고 해서 붙은 말이라고 합니다. ‘섞어’ 만든 김치니까 ‘섞박지’입니다. ‘석박지’가 아닙니다.
‘섞다’는 말이 들어가서 만들어진 말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섞어찌개’ 좋아하시나요?
(2) 섞어찌개: 고기와 여러 가지 야채를 섞어서 끓인 찌개
농업에서는 ‘섞어짓기’라는 것도 있고 화학에서는 ‘합금’을 ‘섞음쇠’라고도 합니다.
(3) 섞어짓기: 한곳에 두 가지 이상의 작물을 심는 일 ≒혼작(混作)
(4) 섞음쇠: =합금(合金)
‘섞박지’처럼 ‘섞다’의 어간 ‘섞-’만 결합하여 만든 다른 명사는 발견되지 않고 ‘섞사귀다’나 ‘섞바꾸다’ 같은 동사는 발견됩니다.
(5) 섞사귀다: 지위와 환경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가깝게 사귀다
(6) 섞바꾸다: 서로 번갈아 차례를 바꾸다
북한어에서는 ‘섞그루’나 ‘섞붙이’ 같은 명사가 발견됩니다.
(7) 섞그루: ‘섞어짓기’의 북한어
(8) 섞붙임: ‘교잡(交雜)’의 북한어
‘섞박지’, ‘먹거리’처럼 동사의 어간만 결합하여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이른바 비통사적 합성어가 많이 생산되면 좋겠습니다. [김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