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704): 플래카드와 현수막
플래카드(placard)를 플랭카드, 플랜카드 등으로 잘못 쓰는 일이 있습니다. 그렇게 표기를 헷갈리지 말고, 다듬은 말인 ‘현수막’이나 ‘펼침막’이라고 쓰면 좋겠습니다.
‘플래카드’는 읽는 사람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판 모양의 게시물로 원래는 벽보, 포스터, (손)팻말을 가리키는 말인데, 한국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플래카드(placard) 긴 천에 표어 따위를 적어 양쪽을 장대에 매어 높이 들거나 길 위에 달아 놓은 표지물. ¶ 여름 강좌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걸려 있다.
그리고 현수막은 다음과 같은 뜻입니다.
현수막(懸垂幕): 「1」 극장 따위에 드리운 막. 「2」 선전문ㆍ구호문 따위를 적어 걸어 놓은 막. ¶ 선거철이라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쳐져 있다.
그런데 ‘현수막(懸垂幕)’에서 ‘현(懸)’은 ‘매달다’의 뜻이고 ‘수(垂)’는 ‘드리우다’의 뜻입니다.
드리우다: 한쪽이 위에 고정된 천이나 줄 따위가 아래로 늘어지다. 또는 그렇게 되게 하다
대체로 ‘플래카드’는 가로로 펼쳐진 막을 가리키고, 현수막은 원래 1번 뜻처럼 세로로 드리운 막을 가리키는데 2번 뜻처럼 가로로 펼쳐진 막도 현수막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플래카드’가 가로형이라면 세로형은 ‘배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배너(banner): 천, 종이, 비닐 등으로 만든 작은 깃발을 매단 것을 말한다.
배너 또는 배너 광고를 ‘막대 광고, 띠 광고, 현수막, 현수막 광고’로 다듬어 쓰라고 하고 있습니다.
플래카드의 원뜻은 ‘손팻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손팻말’을 ‘피켓’으로 알고 있는데, 원래 피켓(picket)은 팻말을 들고 하는 시위 자체 또는 그런 시위를 하는 시위대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말에 들어와서는 ‘피켓 시위를 하다’처럼 ‘피켓’이 ‘손팻말’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서양은 가로쓰기 문화니까 플래카드는 ‘펼침막’이 될 테고, 동양은 세로쓰기 문화니까 현수막은 ‘드림막’이 될 것입니다. 굳이 가로와 세로를 구별하지 말고, 기능상으로 보면 알리는 기능을 하니까 ‘알림막’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걸려 있는 모양이라면 ‘걸개’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어쨌거나 원래의 뜻과도 멀어진 ‘플래카드’, 표기도 틀린 ‘플랜카드, 프래카드, 플랑카드’ 등은 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김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