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592): 빚잔치
‘빚잔치’라는 말을 언뜻 듣기에는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잔치를 벌이나 싶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빚잔치’는 남은 재산을 다 털어서 빚을 청산하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빚쟁이’라는 말이 빚을 진 사람을 나타내기도 하고 돈을 빌려준 사람을 나타내기도 하는 것처럼, ‘빚잔치’라는 말도 빚을 청산하는 일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빚을 과도하게 끌어다 쓰는 일을 가리키기도 한답니다. 잔치의 씁씁한 뒷면을 보는 듯합니다.
빚잔치
「1」부도나 파산 따위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때, 돈을 받을 사람에게 남아 있는 재산을 빚돈 대신 내놓고 빚을 청산하는 일.
¶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김 씨는 폐업을 결정했고 빚잔치를 했으나 다 갚지는 못했다.
「2」갚을 형편이 되지 못함에도 과도하게 빚을 끌어다 쓰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빚잔치를 벌이다 / 아버지는 20년 만에 어렵게 마련한 집을 빚잔치로 날렸다.
빚을 갚을 의지가 있어서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청산’입니다.
청산(淸算)
「1」서로 간에 채무ㆍ채권 관계를 셈하여 깨끗이 해결함.
「2」과거의 부정적 요소를 깨끗이 씻어 버림.
그러나 당사자가 해결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안 될 때에는 상대 쪽에서 지워 없애 주기도 합니다.
탕감(蕩減): 빚이나 요금, 세금 따위의 물어야 할 것을 삭쳐 줌. ‘덜어 줌’, ‘아주 덜어 줌’으로 순화. ¶ 조세 탕감 / 농가 부채 탕감
삭치다(削--)
「1」뭉개거나 지워서 없애 버리다.
「2」셈할 것을 서로 비기다.
스스로 하는 일은 청산이지만 남이 해 주는 것은 탕감입니다.
궁한 마음에 싸다고 생각하고 빚을 졌다가는 ‘빚싸게’(빚을 지기에 적당하게) 되는 것이고 결국은 싼 게 비싼 게 되는 것입니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빚은 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만, 빚을 졌다면 빚을 갚으려는 즉, 청산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뻔뻔하게도 탕감해 주기만을 기다리거나 잊고 지낸다면 까치보다 못한 ‘것’입니다. 빚잔치하고 새봄을 맞이해 봅시다. [김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