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630): 엄중하다
어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엄중하다’라는 말이 오르내립니다.
(1) 비리 사건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지시했다.
(2) 극히 유감이라는 의사를 엄중하게 전했다.
(3) 사회적 책임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엄중하다’라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쓰고 있을까요?
엄중하다(嚴重--):
「1」 몹시 엄하다.
¶ 그 후부터는 매일 감시를 엄중하게 하여 나가지를 못하게 하였다.≪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2」 엄격하고 정중하다.
¶ 부당한 처사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
「3」 예사로 여길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
¶ 엄중한 범죄. / 그자는 워낙 혐의가 엄중해서 내보낼 수가 없습니다.
‘엄중하다’가 엄하고, 엄격하고, 정중하고, 중대함의 뜻으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오히려 남용되는 느낌입니다.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위해 문맥에 맞게 더 적합한 표현으로 바꾸어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1‘) 비리 사건에 대한 엄격한 수사를 지시했다.
(2‘) 극히 유감이라는 의사를 엄하고 정중하게 전했다.
(3‘) 사회적 책임에 대해 매우 중대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건이나 일이 가벼이 여길 만하지 않고 중요하게 인식될 때 ‘엄중하다’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이 엄중함을 알고 엄중히 수사할 것을 엄중히 지시했다.
→ 이번 사건이 매우 중대함을 알고 엄격히 수사할 것을 엄하고 정중하게 지시했다.
‘엄중하다’라는 말을 모호한 뜻으로 자꾸 사용하여 이상한 의미로 번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