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629): 떠버리가 떠벌리다
수다스럽게 말 많은 사람을 가리켜 ‘떠버리’라고 합니다.
떠버리: 자주 수다스럽게 떠드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떠버리 약장수.
‘떠벌이’가 아니고 ‘떠버리’입니다. 한글 맞춤법에서는 원형이 없는 경우에는 소리 나는 대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떠벌다’라는 말이 없으니까 소리 나는 대로 ‘떠버리’로 적는 것입니다. ‘떠벌다’는 없지만 ‘떠벌리다’는 있습니다.
떠벌리다: 이야기를 과장하여 늘어놓다. ¶ 자신의 이력을 떠벌리다. / 아직 입 밖에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이 말을 팔기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떠벌리고 만다.≪김춘복, 쌈짓골≫
‘떠벌이다’가 아니고 ‘떠벌리다’입니다. ‘떠벌이다’는 ‘굉장한 규모로 차리다’라는 다른 뜻입니다.
‘떠버리’가 낮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했으니 되도록 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뜻으로는 어떤 말이 있을까요? ‘떠버리’의 뜻풀이에 있듯이 ‘수다스럽다’와 관계되는 ‘수다쟁이’가 있습니다.
수다스럽다: 쓸데없이 말수가 많은 데가 있다. ¶ 수다스럽게 지껄이다. / 너같이 수다스러운 사람은 처음 본다. / 묻지도 않은 말을 신명 나게 주워섬겼는데 말하는 투가 꽤 잘고 수다스러운 영감인가 보았다.≪이문구, 장한몽≫
수다쟁이: 몹시 수다스러운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 그가 말을 많이 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수다쟁이일 줄은 몰랐다.
‘수다쟁이’ 역시 ‘-쟁이’가 붙어서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수다’가 들어간 말로는 ‘수다꾼’, ‘수다맨’, ‘수다남’, ‘수다녀’ 등이 우리말샘에 올라 있습니다.
‘수다’ 자체에 ‘쓸데없이 말수가 많다’는 뜻이 있어서 말수 많은 것 자체를 쓸데없는 일로 보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말 많은 것은 쓸데없는 일로 인식하는가 봅니다.
말수가 많은 것과 관련한 말로는 ‘나루하다’와 ‘다사하다’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고루한 한자어입니다.
나루-하다(覶縷--): 말수가 많고 수다스럽다.
다사하다(多辭--): (낮잡는 뜻으로) 쓸데없이 말수가 많다.
할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말을 많이 하는 것을 좋게 평가하지는 않습니다. 말을 많이 하면 상대가 말할 기회를 뺏고 듣는 양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 말을 앞세우다 보면 실천을 게을리할 수도 있습니다. 말을 많이 하는 쪽보다는 상대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했습니다. [김형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