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601): 간보다 / 간을 보다
‘간보다’ 또는 ‘간을 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표준어에는 없지만 ‘우리말샘’에 전남 방언으로 올라 있긴 합니다.
간보다: 남의 속뜻을 살며시 헤아려 보다.
¶ 저 사람이 지금 나를 간봉가 쏘삭쏘삭 건디려라우.
(번역: 저 사람이 지금 나를 남의 속뜻을 살며시 헤아려 보는지 쏘삭쏘삭 건드려요.)
음식의 간을 볼 때는 ‘미리 맛을 봐서’ 입맛에 맞는 음식이 되도록 살피는 긍정적 행위이지만, 어떤 사람이 어떤 상대에 대해서 속마음 등을 떠보는 일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쓰입니다. ‘간보다’는 ‘헤아려 본다’기보다는 ‘떠보는’ 쪽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떠보다:「1」저울로 물건을 달아 보다
「2」남의 속뜻을 넌지시 알아보다
¶ 넌지시 속마음을 떠보다/그 사람은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슬쩍 의중을 떠보아라.
「3」사람의 능력이나 됨됨이 따위를 헤아려 보다
¶ 웅보 자네 은근히 나를 떠보는 거 아닌가?≪문순태, 타오르는 강≫
넌지시: 드러나지 않게 가만히
헤아리다: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다
간보는 일을 서로가 알 만하게 하면 서로가 이해를 할 수 있지만, 에둘러 말하거나 전혀 다른 질문과 태도로 이것저것을 알아보는 방식의 간보는 일은 상대를 매우 불쾌하게 합니다.
에두르다: 바로 말하지 않고 짐작하여 알아듣도록 둘러대다.
둘러대다: 그럴듯한 말로 꾸며 대다.
이래저래 간보는 사람은 상대하기도 싫습니다. 좀 더 직접적으로 속마음을 전하는 말하기가 필요합니다.
<덧붙임>
‘깐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간을 보다’와는 다른 ‘깐을 보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깐보다: 어떤 형편이나 기회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가늠하다. 또는 속을 떠보다.
¶ 일을 깐보고 시작하다.
깐: 일의 형편 따위를 속으로 헤아려 보는 생각이나 가늠.
[김형배]